사건·사고가 많은 요즘이다. 거리는 흉기 난동으로, 집은 부실시공으로 위험해졌고, 대형행사는 안일한 대처로 위기에 빠졌으며, 폭염과 태풍으로 곳곳에서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. 무엇보다 정치가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지 못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. 교육학자인 로렌스 피터는 “훌륭한 장군이었던 맥베스는 무능한 왕이 되었다. 유능한 정치가였던 히틀러는 총사령관이 되면서 무능의 단계에 도달했다”라고 말한다. 이처럼 유능이 무능이 되는 건 순식간이다.
얼마 전 20년 가까운 대학로 단골 가게 사장님이 구례로 이주하셨다. 마지막으로 이야기를 나누던 밤, 나는 구례로 가는 이유에 대해 조심스레 물었다. 사장님은 아내의 한마디가 구례를 선택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고 말했다. 구례는 여성들이 살기에 가장 안전한 동네예요. 그와 이야기를 나누며 2000년에 라스베이거스를 여행할 때 미국인 친구가 들려준 이야기가 떠올랐다. 라스베이거스는 도박의 도시가 아니라 미국에서 가장 안전한 관광지다.
영화 라면이라는 연재를 시작했다. 모두가 좋아하는 영화는 없다. 영화 한 편 때문에 인생이 통째로 바뀌는 일도 잘 벌어지지 않는다. 영화는 라면보다 특별할 수 있지만, 라면처럼 먹고 싶을 때 먹을 수 있어야 한다. 나의 글은 영화 한 편을 심층 분석하는 리뷰는 아니다. 최신 영화를 평가하는 평론은 더더욱 아니다. 그저 한 번 사는 인생의 서로 다른 가치를 영화 속에서 찾고 싶고, 라면을 먹은 것처럼 독자들께 잠시나마 사소한 행복을 선물하면 충분하다.
브런치의 영화 크리에이터가 되었다. 얼마 전에는 총감독으로 봉직했던 춘사국제영화제 삼 년의 기록을 브런치 북으로 출간하기도 했다. 영화제 총감독의 역할과 시상식의 숨은 이야기를 담담하게 적으며 감사의 기록을 정리했다. 제목은 내가 직접 만든 영화제의 슬로건이었던 "영화를 봄니다"로 결정했다. 좋은 인연이 닿는다면 출판도 가능할 것 같다. 그리고 이제 크리에이터가 되었으니 새로운 연재를 준비해야겠다. 님의 좋은 의견을 기다립니다.